혼합글

부음

마음의행로 2017. 8. 17. 12:05

 

SMS에 불이 켜 있다

똥그란 원 안에 솟자 1 쓰여진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열려라 참깨처럼 딱지를 누르니 곧 문이 열렸다

친구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이 죽 들어 왔다

또 SMS가 왔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이야기이다

이왕이면 다른 친구와 함께 가자며 그 친구 사정을

물어보고 답을 주기로 했다

그 친구는 수원 동생네 가 있었다

우린 둘이서 홍성을 가기로 했다

차량은 나 밖에 없으니 운전은 당연한 내 몫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길

초행은 늘 긴장과 기대가 섞이는 법이다

네비게이션에게 가는 길을 맡기고 몸은 차에 맡기고

둘이서 가니 특히 할 이야기가 많지 않다

여행갔다오면 누구엔가 털어놓고 싶어 하지만

받아 주는 사람이 마땅치 않고 또 잘 받아 줄까 하는

염려에 입을 닫고 마는 경우가 많다

내심 공유하고 싶어도 자랑으로 보이지 않을까 해서

이아기를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 모임에 가면 여행 다녀온 친구에에

말할 기회를 꼭 부여하여 준다

우진아 이 번에 유럽갔다 온 이야기 좀 해봐 하는 식으로

통로를 마련하여 준다

친구는 고압다는듯 열심히 유럽 이야기로 꽃을 피워낸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옆에 앉은 친구에게

심심하니 유럽 갔다온 소감이나 발표해봐!!!

어디서부터 꺼낼까 하다가 뭉쳐진 실타래에서

가는 끈을 찾아내더니 친구는

그 끈을 잡고 이리 돌리고 저리 넣고 빼고를 하여

북 유럽 한 바퀴를 길게 돌았다

차는 갈 길이 더 남았다

나도 몇가지 요즘 나에게 일어난 일상을 늘어 놓았다

어느듯 홍성에 들어섰고 도시 가운데를 지나 시골 언덕을

오르더니 논과 밭 사잇길로 20 여분 가서

장례예식장에 도착한다

쓰고 다니던 모자를 벗고 옷과 몸을 둘러보고 예를 갖추고

들어선다

친구가 먼저 나와 있으면서 어떻게 먼길까지 와 주었느냐고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온다

가져간 부의금을 넣은 봉투를 함에 넣고

둥근 원 안에 계시는 고인의 영정 앞으로

몆 발자국 걸어 들어갔다

국화꽃은 내가 향불은 친구가 놓고, 피웠다

생전 처음 뵙는 고인의 영정에서 살으신 세월도 보았고

친구의 모습도 엿 보았다

살아 계신 것처럼 진지하게 발을 모으고 절을

두 번을 올렸다 산 사람에게는 한 번 돌아가신 분에게는

두 번 신에게는 세번이 인사 법이다

97 세 이시고 국가 무공훈장을 받으셔서 대전 현충원

으로 모시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친구 집안이 창호지 속에 들어 있는 유물처럼

하나씩 드러나고 있었다

형제간, 가족들의 내역 독자였던 친구, 아래 여동생과

그의 가족들...

살아계실 때 고생하셨던 병원 생활과 병고가

본인은 물론 친구의 어려움이었음을 드러나게 하였다

국화꽃 송이 한 가운데 앉아 있는 영정은 말이 없으셨다

6.25 의 한 가운데서 북쪽에 총을 들고 눈에 불을 켜고

아니 내가 살아야겠다고 총을 먼저 겨누었을 아버님이

아니셨을까

그 진지한 절실한 거짓하나 없는 현실 앞에서

삶이 아니면 죽어야만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무식의 세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셔서 무공훈장까지

받으신 아버님의 삶이 이제는 나무가지에 허물을 벗고

껍데기만 남은 매미처럼 다 벗어버리시고

사진 한 장이 되어 공간 속에 말없이 계섰다

껍데기를 벗어버리면 이리도 가벼운 것을

이고 지고 메고 다니며 고생하는지 툭 털어버린

모습이 편하게도 보였다

편히 가십시요 그곳에서 영원한 안락을 누리시옵소서

집으로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길

나는 졸음이 오지 않게 긴장을 더했고 친구와

자동차 차간 거리에, 교통 질서에 대해, 안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갔다

최소한 두 가정의 안전과 살아 있는 나와 친구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운전 현장을 지키고 가고 있었다

아이가 소를 타고 가다가 없어지고 마지막 벽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진 사찰의 벽화처럼

무,공의 공간으로 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그 원이 뭘 뜻할까 우주 공간일까 유한을 말함일까

아무것도 없다는 걸까

공수래 공수거가 공명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 나는

끝없는 원의 공간 속으로 계속 들어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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