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차 없는 날

마음의행로 2009. 9. 22. 09:48

 가을 비가 내리고 나면서 조금 살쌀해 진다고 한다.

비가 오고 나면 보통은 하늘이 맑고 공기도 깨끗하여 기분이 상쾌하여 지기 마련이다.

근데 이번 비는 오고나면 바로 황사가 중국으로 부터 우리나라로  이 좋은 가을에 달겨든다고 한다.

요즘 신종 인푸루 관계로 사람들의 신경이 무척 예민하여져 있다.

여기에 황사까지 온다고 하니 야단에 법석을 떨어야 할판이다.

 

아내도 오늘 깻잎을 따러 동두천까지 간다고 하면서,

바로 윗 처형이 전화로 마스크 준비를 꼭 하란다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요즘 신종인풀루로 인해 나도 차를 몰고 다니는 회수가 늘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기침하는 사람들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속이 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차를 몰고 갈 것인가 이니면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망설였다.

신종인풀루, 황사,  엎친데 겹친꼴이니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 발걸음은 어느새 버스타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이것 저것 생각하지 않고 습관대로 따라가 보는 거야....

아침 공기가 햇빛이 드는데도 어정쩡한 상태이다.

 

버스에 올랐다.

언제나 처럼 조그마한 지갑을 꺼내 버스 자판기에 갔다 데는데..

"오늘은 차비가 없는 날입니다" 힘이 없는 듯하면서도 생기가 조금 있는듯한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어제 보았던 달력이 떠올랐다. 9/22 차없는 날.

아 !  그거였구나...  그래 차비를 받지 않는거로구나.....

버스에 오르는 승객에게 기사님은 계속 이야기를 한다.

학생에게는 말을 낮추고, 일반인이게는 평언을 쓰고, 조금 나이드신 분에게는 공손하게 말을 한다.

 

순간 나는 참 이런 세상에 살면서 오늘같이 무임승차의 맛을 보는 날도 있구나... 생각을 해 본다.

차비 한번 내지 않는 것으로 조그마한 행복을 느꼈다.

아마 오늘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을 국가적으로 보면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며,

건강, 환경까지 생각하면 많은 이익이 바로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이라 생각을 해 본다.

차를 잘 몰고 다니지 않는 서민들의 행복 시작은 이런 작은 것으로 부터 시작일 것도 같았다. 

오늘은 첫 출발부터 기분이 좋은 날이니 하루의 시작부터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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