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18년 내내 사랑채에 군불을 지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위해 방 셋 사랑채는
늘 고시란하게 단장을 하여 놓았다
그리고 늘 꿈꾸었다
당신 퇴직을 하면 오 대양 륙 대주를 돌고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에 발자욱을 남기자고 했다
손주녀석들이나 가끔 살펴가며 사랑을 주고 하자고..
그동안 사랑채는 20 여 차례 손님을 맞았다
방이 편하다고 이 방에서 세 들어 살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방 하나는 사위 손님에게 빼 주었다
어느날 크게 한 번 아프고 나서는
나에게 마른 장작을 구해 달랜다
그날부터는 열심이 장작불을 지폈다
손님도 없는데 이제 쉬어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도
바람을 잡을 수 없듯 소용없는 일이었다
곧 여행을 갈 수 있나 했다가 끝나고 끝나고를
여러 차례하더니
장작과 군불 지피는 일을 모두 멈췄다
마지막 달리는 간이 역을 폐쇄 선언이나
한것처럼 어느 한 날 일이었다
세월이 그렇게도 어느새 빠르게도 지나갔네 아내는
이젠 애들이 오나가나 출입에도 그리 상관을 하지 않는다
꿈도 접었다고 했다
내가 다 버리고 홀가분한 생각으로 떠나자고
둘이서 은하수도 건너고 별 사이를 여행하자 해도
그 꿈마저 버렸다고 했다
사랑채는 비가오고 바람에 식어져 갔다
언젠가 이리 이야기를 한다
다시 지어 세 채를 만들어 하나는 막내에게
하나는 큰애에게 주고 마지막 하나에서
둘째와 우리 함깨 살다가자고 제일 착하니까
나에게 주문을 한다
지방으로 전근 갔었던 일이다
아내가 애들 셋을 데리고 버스를 탓던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리자고 하고 막내를 안고 내렸는데
큰애 둘째가 내리지도 안았는데
버스가 출발을 했단다
난리가 났단다
처음 가서 살게된 도시라 동서남북도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만났으니
주변 사람에게 요청을 했단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아주머니 한 분이
몇 번 시내버스냐고 묻고 버스 회사를 알아내어
공중 전화를 하고 이웃 경찰서에 신고 하고 해서
어렵게 딸들을 경찰서에 가서 찾았다
아이들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막내가 시집을 가고 나서도 두 애는 집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모를 떠나서는 큰 일을 맞는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두 딸은 하고 살지 않았는지?
나는 여기에 방점을 두고 아니다 핑게를 두고 산다
아내는 손자 녀석에게 몽땅 빠졌다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해서 하나를 샀더니
할머니도 드세요 하며 하나를 더 집어 드는 것을 보고
눈물이 쏟아질번 했다나
그래요 당신 판단이 한 번도 틀린적이 없었지
당신 뜻대로 그리 하고 삽시다
군불도 장작도 아까웠다 말고
가끔은 우리 둘 생각에 찾게 되는 나무 하나 심어두고
와서 그 그늘에서 쉬었다 가도록 마무리를 지읍시다
아내는 손자 녀석 집에 오는 금요일 메뉴 짜기에
오늘은 마음 바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