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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아들 들

마음의행로 2009. 4. 13. 11:49

  띵동 띵동 현관 벨이 울린다. 낮잠이 막 들려는 순간이다. 아!  일요일, 낮잠도 못자게 누가 벨을 울리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아무도 없다.

또 당했구나.

아파트 일층이라서 K중년은 가끔 학생들의 장난삼은 벨 누르기에 분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호기심을 크게 보아 놔 두기로 했었다.

쫒아 나간들 젊은 애들의 발은 너무 빨라 눈의 속도도 따라 갈수가 없기 때문에 꾸중보다는 관용할려는 하나의 이유로 삼았었다. 

띵동 띵동 띵동 이번은 예사스럽지가 않다. 연거푸 벨을 누른다. 분명히 사람이 밖에 있다. 그것도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다.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좀 나가봐, 알았어 하고 뛰어 나가다시피 하여 현관문을 여니 키가 180이 넘어 보이는 나이가 65세 정도 되어 보이시는 분이 문에 기댄체 벨을 누르고 있었다. 누구세요? 물으니 답이없다. 보니 술에 취해 정상적인 아닌 것을 알았다.

몇층 찾으세요? 10층입니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를 타셔야지요!!  가만히 있다가 말도 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누구에요?  10층이레 키가 꽤 크고 뼈대가 있으신 분인데 술이 좀 취했나봐. 아 그아저씨, 있잖아 우리 처음 아파트 이사 올때에 밤에 싸움하시던 분, 동네가 시끄러웠잖아. 그랬었던가?

 

큰애는 또 틀렸는가 보지? 말이 없는 것을 보니 K중년이 아내에게 말을 한다. 말이 중년이지 우리 나이 60이다. 그렇다고 노인이라고 듣기에는 너무 억울한 나이가 아닌가?  좀 더 기다려봐야지 한번 만나고 알 수 있겠어? 그래도 제법 말을 통하는 눈치이던데. 아내의 말이다. 

다행이군!  좋은 사람을 만나 곁을 떠나 주어야 할 나이에 큰딸은 아직도 시집을 안가고 있어 그 부부의 관심사는 결혼에 메어 있는 셈이었다. K중년은 공기업을 다니다가 정년을 마치고 나왔고,  그 큰 딸은 서울에서 3대 대학중 하나를 나온 건강한 가정이었다.

여보 나는 당신이 정년이 되기전에 모두 시집들을 보내고 나면 정년때는 당신과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이 설흔 셋이 되도록 저러고 있으니 꿈도 야무지게 꾸었구나 생각하면서 이젠 우리 몸을 봐서라도 어서 시집가야 할텐데...

생각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도통 알수가 없으니 요즈음은 한숨 나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어....  아내의지친 몸과 마음을 오늘 읽는다.

 

일요일 막내딸이 오기전에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부모 생각해서 큰 딸보다 먼저 시집을 가게 되었지만 늘 어리게 생각되는

K중년 부부의 생각이다. 두 언니가 시집을 안가고 부모 밑에서 밥 얻어 먹고 맛있는 반찬을 먹는 것을 보면서, 좋겠다 막내딸의 말을 들으면

맘이 아프다. 매주 일요일이면 우리집 정기 방문의 날이라고 P서방에게 통보를 하고 집으로 날라 오곤 한다. 말이 정기 일요일이지 그 도중에도 건만 있으면 집으로 달려 온다. 그리고 한없는 수다를 떨고 간다.

아홉시 쯤 이부자리를 털려고 밖으로 나간 K중년은 건장한 청년 두 사람을 보게 된다. 형제인듯 하다.  키가 180이 넘어 보이고 대학은 나와 보일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데 멋있어 보였다.

거실로 들어오던 그는 여보!  조금전에 보니  키 큰 젊은이 두 사람이 나가는데 괜찮아 보이던데 우리 애들하고는 안 맞겠지?

아 그애들 지난번에 저녁 늦게 우리집 벨을 누르던 그 아저씨 아들들이야, 왜 괜찮아 보여? 뭐 그냥!!

 

저 할머님은 10층 그 아저씨 부인인데 날마다 아들들이 하는 자동차 수리센터로 가서 밥해주고 빨래해 주고 손님 차 끓여다 주고, 주변 청소하고, 그것이 일과래..  그리고 매월 아들들이 월급을 준다고 그래 그걸 받아서 안쓰고 적금을 꼬박 꼬박 들고 있나 봐. 대단하신 분들 같아.

그런데 그 두아들들은 더 대단한가봐, 아버님이 노동을 해서 가르쳤데 그래 대학을 보낼 수 없었는가 보는데 두 아들이 먼저 대학을 우리는 가지 않고 최고 자동차 정비원이 되어서 나중에는 정비소를 차려 돈을 많이 버는게 꿈이라고 그렇게 말했데, 근데 그걸 야무지게 하고 있는것을 보면 대단하지 않아? K중년 아내의 말이다.

10층 부부의 요즈음 얼굴을 보면서 아들들이 잘되어 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얼굴이 점점 편안하여 짐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 할머님이 환하니 웃으면서 아내에게 한 말이다. 글쎄 큰 애가 이젠 어느정도 잘되어 나가니 둘째 애도 별도로 나가게 조그마한 가게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어머 잘하셨네요. K중년의 아내는 자기 일보다 더 할머님에게 살갑게 한다. 평소 남 잘되는 것을 보면 언제나

칭찬과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 것이 K중년 부부의 습관처럼 되어 버린 마음이다.

 

대단하네 큰 아들, 작은 아들 모두 그렇게 자동차 학원 다니더니 이젠 곧 둘다 사장님이 될것 아닌감? K중년의 말이다.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해, 세상 사는게 지식이 높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아닌 직업과 사람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우린 뭐가 잘못되도 한참을 잘못 된거라고, 봐 영어 수학 공부 잘해가지고 직장에서 그걸 써먹는 회사가 몇개나 되는가?

나는 영어 해석이 조금 필요할 뿐 언제 회화 공부까지 해 놓고 그대로 뭍혀 버렸잖아, 수학은 어떻고 수학 수자도 몰라도 되는 세상인데,

뭐 미적분에 골머리 아플 일이 뭐가 있다고, 그걸 못하면 대학에 못가고 세상에서 출세도 못하니 뭘 위해서 공부하고 애를 쓰며 사는건지..

나는 저 애들이 정말 훌륭하게 성장해서 큰 공장장 아니 사장이 되어 실력이 우수한 대학 졸업생을 직원으로 대리고 일을 하고 살거라고 믿고 있었어! 얼마나  멋있어....  K중년의 부부는 생각이 똑 같다.

10층 아저씨도 이젠 많이 점잖아 지셨다. 노동에서도 손을 떼셨다고 하신다. 그 전처럼 술도 마시지 않으신다고 한다. 두 아들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여러가지 처신을 생각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와 닿는다.

 

좋은 대학 나오면 뭐하나, 시집도 안가고 한 없이 애들처럼 머리가 성장을 못하고 그자리에 멈춰 있는데 ,  몸도 마음도 아파가는 부모 모습도 느끼지도 못하고 사는 애들의 한심함이 오늘 새벽부터 방안을 달군다. 대학 공부까지 마쳐 놓은 자식은 아직도 자기 일밖에 모르고 있고, 고등학교 졸업한 자식은 사장님이 되어 앞을 척척 개척하여 나가고 있는 것을 보는 K중년은 한없이 고개가 무겁기만 하다. 

자랑스런 아들 들아, 우리 아들은 아니지만 정말 자랑스럽다.  어디에 떼어 놓아도 잡초보다 더 강하게 살아갈 그 애들, 세상을 쉽게 접근하고 뜻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안목, 가정의 형편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더 좋은 기회로 만들어 버린 용기, 부모님 사랑을 누구보다 챙기며 잊지 않고 정한 월급을 매달 드리는 그 손,  K중년처럼 정년이 따로 없을 평생 직장, 건강한 신체, 건강한 마음....

뭐가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두 아들들, 혹 연상의 여인은 배필감이.....  될 수 없겠지?

장한 두 아들 이야기가 이 새벽을 보내고 K중년 부부의 아침을 맞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