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4

한강에 발 담구고

둘레길인지 나들길인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알몸 한강이 철철이다 이 강물 마신 지 50여 년 더위를 마시는 물길, 삼키는 숲길은 이십 리 길 맨발의 청춘 필름 한 통 길이 여섯 친구 불러 낸 통화는 둥근 지붕에 간 친구 이별 이야기 그림자를 출장 보내고 나니 섭섭함은 외출을 하고 마냥 좋아하는 발가락 언젠가 제주 출장길 따라나선 옆지기 한라산 오르던 강아지 발보다 날렵하다 평생 가족 지켜 주던 그녀도 그림자 속도가 느려지고 가끔 어둠 파는 이야기를 하곤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발바닥 열기는 내일까지 숨통 열 개가 부채질할 거란다 한강에 담근 발이 숭어처럼 뛸 때 태양을 토해 낸 저녁 보트 하나 물길을 접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28

뻐꾸기 둥지

물의 방향을 거스리는 힘이란 팔 길이에 배 넓이를 곱하는 노 젓는 공식 잠실 나루터 팔당사이에 이르는 베르누이* 이주길이다 암사에서 더 작은 배로 이사하고 미사 나루터로 달밤에 밀려 난 가족 좁아진 강폭 배불데기 된 배의 무게는 가전을 강물이 삼켜 넘겼다 강을 막아선 팔당댐 구부정 허리는 뱃길 끊는 절벽이라서 전. 월세 내고 살아 온 그 종점 팔짱 낀 두물머리 넉넉한 풍경과 해바라기 전원주택 쑥쑥 자라는데 경화사족 떨겨 난 세자의 비련일까 아직 거쳐 구치 못한 뻐꾸기 부부 장부에도 없는 아슬아슬한 무허가 배꼽만 한 얼기설기 나무 둥지에 올봄 알을 낳기로 *베르누이 정리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 높이의 관계를 수량적으로 나타내는 법칙

카테고리 없음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