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2

그때가 그러니까

태어나기도 전 나는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시커먼 두 구름 사이로 번갯불이 치고 비가 오고 충돌은 역사가 되는 순간이라나요 내 아버지 몸을 떠나오면서부터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 우주는 따뜻한 곳이라고 둥근 하늘이라고 세 살 때 외갓집 고개를 넘을 때 산 중턱에서 눈을 떴어요 처음 아빠도 엄마도 보였어요 봄이었어요 머리에 현기증이 있었는지 피잉 소리가 귀에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 그게 봄의 말인 줄 알았지요 다섯 살 때 가족을 알게 되었고 이름을 그때 알았습니다 빛달래, 비달속, 빛끌마, 비달사이 빛을 주소서 비속에서 태어났다 빛을 끌어당겨라 비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 이름입니다 앞으로 진달래라고 부르지 마세요 각기 다 이름이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나오니 세상이 있더라는 이야기이지요 우연히 세상도 ..

카테고리 없음 2023.03.03

*이름 빼앗긴 꽃

휘발시킨 이름 아이디를 전설처럼 붙이는 마을 너는 '억새'라는 이름을 지어 받았지 벌 나비 전혀 세 들어 살지 않는 꽃에게는 이름을 지워갔다하네 혹 신명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은 해였다 달이었고 별이었든지 꽃은 꽃은 다 꽃밭으로 키워내고 바람을 좋아하는 것들은 집 밖으로 쫓겨나 해 달 별 가는 길을 들여다보는 하늘 바래기이었습니다 족두리 올리는 일은, 부모 이름 지우고 마을서 얻은 이름 지켜가는, 너무 낯설어 '마동 댁'은 집이자 이름으로 평생이 되어버려서 암컷은 어둠이 커나가면 강가로 나와 하늘이 스러가는 길과 마을 샛길을 바꾸어 보곤 했습니다 해는 무겁고 흔들리고 싶은 여인이 찾아와 같은 풍경이 되어 알듯 모를듯한 말을 주곤 너의 몸에서는 배고픈 벼 이삭 냄새가 콤바인 날개에 갈리어 뿜어 나왔습니다 멀..

시 글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