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10

자유로운 멈춤

자유로운 멈춤 곽 우천 지금 난 나의 시체를 운반하는 걸 본다 집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불바다로 시공간을 잊은 공간 부모 형제의 개념 자체가 없는 슬픔도 기쁨도 없는 무의미와 의미가 무의미한 곳 내가 어디로 놓이고 가고 있는지 볼 뿐이다 나를 이렇게 보기는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그냥 미라인 상태이다 잠이 아닌 멈춤으로 과거도 현재도 미래의 시간이 내 몸에 가두어져 있다 불의 시간이 지나도 어떤 형태의 변화는 없다 미라를 만드는 이유가 시간의 가둠이었는가 영원을 만드는 기술 무감각 나가고 들어 옴이 없는 보존 쇳덩이가 붉게 달구어졌다가 식은 지금부터 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다 어디에 있음은 무의미하다 어둠이 하나인 것처럼 이곳저곳은 없다 우주의 시작이 여기이고 끝이 여기이다 여기에 모두가 여기에 있다 그..

카테고리 없음 2023.08.03

순식 간에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이는 천지 창조 이 전부터 일이다 가설 1 누군가가 신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신은 아니다 (신을 신이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 둘의 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설 2 누군가는 신을 다스릴 주문을 가졌다 신이 죽을 수 없게 했다 심심하는 걸 못 참게 했다 뭐든 만들 수 있게 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다 보기에 좋았다 심심했다 사람을 만들었다 하나가 심심해서 하나를 더 만들되 나무에게서 지혜를 얻는다 가지 하나를 분질러 다른 나무를 만들 듯 갈비뼈를 꺼내 다른 사람을 만들고 꽃에게서 암 수로 씨앗을 만들 듯 자식을 만들게 했다 또 하나는 수꽃 없이도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나무 같이 남자 없이 아이를 낳는 기회도 주었다 병과 약을 주었다(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사람에게 능력을 주고 누리라고 했다 그 사람만이 신..

살며 생각하며 2023.04.19

내 옆에 서 주세요

내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이상할 겁니다 발이 넓으면 훤히 알려지거나 알게 되는데 그렇지를 않네요 크기와 모양새가 다르고 아프리카 나라에서 왔는지 검은색 비단도 있나요 비슷해요 나를 따라다니는 달은 하늘을 고집합니다 땅에서 죽어도 발을 떼어놓질 않는 게 있습니다 눈, 코, 입, 귀 없고 걷거나 앉아있는 걸 보면 투명 인간 아닌가 만져봅니다 칼로 쳐보아도 잘린 자국 흔적 없어요 혹 영혼일까 침대 생활을 안 좋아하는지 바닥으로 누워 삽니다 신밧드 손처럼 키를 늘렸다 잡아당겼다 그러니 가만히 보며 관심이 없을 수 없지요 이걸로 스무고개 게임 끝이 아닙니다 펄펄 끓었던 용광로 속에서도 살았고 냉혈 얼음 속에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태양의 눈물 속에서 땀 흘린 적도 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부처가 된다 했어요 묻고 ..

시 글 2023.02.18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를 영혼의 한쪽이 머리 뒷 켠에 멈춰 서 어머니 생각에서 돌아온 것처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허파 한쪽에 다녀온 듯한 창이 퍼덕였습니다 붓끝 굶주림을 띄우려 해도 나지 않는 숙연함은 처음이 깨어질까 말림 때문만 아닐 겁니다 그 애잔 떠 심장에 심어 살아나게 싶어서입니다 그리워했을 따뜻해했을 삶을 다독일 은밀한 운치의 시선이었기에 기도합니다 당신, 남은 허파에 보낼 허기진 기별을 세상은 참 갸륵도 합니다 짧은 순간이 움직여 내는 파고가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내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시 글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