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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허공같습니다

곽 우천 오늘 날씨가 좋으니 매미 소리가 되었습니다 가다 보니 개망초꽃이 됩니다 풀이되었고 나무가 되었고 빛이 되었고 호수가 되었습니다 여인이 지나가다 던진 향수가 됩니다 달콤한 사탕입니다 걸어가는 걸음이 되었고 차례대로 일어서니 그게 내가 됩니다 경계감이 없어지고 용서라는 용서도 없는 용서 세상 일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도 느껴지지 않는 오늘은 대상을 얻음이 허공 같습니다, 아무 물도 들지 않는

카테고리 없음 2023.08.13

그때가 그러니까

태어나기도 전 나는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시커먼 두 구름 사이로 번갯불이 치고 비가 오고 충돌은 역사가 되는 순간이라나요 내 아버지 몸을 떠나오면서부터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 우주는 따뜻한 곳이라고 둥근 하늘이라고 세 살 때 외갓집 고개를 넘을 때 산 중턱에서 눈을 떴어요 처음 아빠도 엄마도 보였어요 봄이었어요 머리에 현기증이 있었는지 피잉 소리가 귀에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 그게 봄의 말인 줄 알았지요 다섯 살 때 가족을 알게 되었고 이름을 그때 알았습니다 빛달래, 비달속, 빛끌마, 비달사이 빛을 주소서 비속에서 태어났다 빛을 끌어당겨라 비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 이름입니다 앞으로 진달래라고 부르지 마세요 각기 다 이름이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나오니 세상이 있더라는 이야기이지요 우연히 세상도 ..

카테고리 없음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