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4

안개 속 누군가를 바라본다

2023 신춘 문예 시를 읽어 내려 모방은 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 게 하는 일 그의 손끝을 따라가 보며 습자지를 올리고선 그림을 배껴 쓴다 사유의 극장 예고편을 쭉욱 한 바퀴 물레질한다 사유는 캐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정원을 돌며 정성껏 함께 심어보는 것이다 첫 세션이다 숲과 냇가와 바위와 풀들의 아픈 관절을 살핀다 놓여진 위치마다 마디의 사연을 들춰본다 고래의 혀가 새우의 위치를 캐 낸 수심 깊은 오목 지점에, 서 있는 어부의 마음이 되어 본다 한 연을 해석하는데는 우물에 빠진 숟가락을 달빛을 쪼여 비친 은어의 향을 헤아려 보는 일 두 번째 트랙이 끝이 난다 어디선가 해설사가 등장 해 할머니 이야기처럼 기시감이 든 꿈을 건반에 살짝 탓치해 주면 둠벙에서 배운 미꾸라지 수영이 선수촌 코치를 만나는 매끄러..

시 글 2023.01.23

이외수의 "청춘 불패" 중에서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여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의 법칙에 따라 부화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 이동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여 있을 때의 알에 비히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 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드는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열한 실..

나의 여행 200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