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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주문하다

목성에서 아침을 일어난다 부피가 크면 일어서기 힘들어서 물속에 넣은 소금이 된 가죽옷을 입고 일어난다 억지 밥을 소리라도 맛있어지라고 꼬꼬 꼭 씹어 삼켜 본다 목구멍이 헛발질을 케캐 캑하고 하루를 견뎌 낸 짠 땀이 눈 안에 뻐걱뻐걱 레슬링 한다 오늘을 둘러보니 어제 만치 벗어날 길은 다닐 곳에 숨겨져 있다 때마침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가 시클롭스키를 만난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거 새롭게 하기일 뿐이다 잠깐의 외출은 돌아오면 목소리 잠기듯 들어가고 일상은 일상이 되고 있다 목구멍이 바이어린을 켜고 뻑뻑한 눈이 함박눈을 맞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목들 형식을 일 년에 한 번은 벗어나 현실과 맞닥뜨리는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었네 목성을 탈출하기란 이목구비를 어디에 두고 부릴 것이냐에 집중을 해 보려 하는 새 ..

시 글 2023.05.26

연 줄이 끊기면서 생긴 일(자전의 방향)

*연 줄이 끊길 때 생긴 일 K회사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옷 입고 구두 끝을 세우지요 지하철은 2분마다 길이를 잊지 않습니다 겉옷을 입을 사람은 왼쪽에서 우로 안쪽을 걷을 사람은 그 반대 철길로 들어섭니다 입구 쪽 시계는 초침까지 맑고 투명하였습니다 끝나는 시간은 아날로그시계처럼 돌고 돌아 지치면, 그제야 말을 걸어 오지요 정신 차리세요 내일 늦지 않게 닭장의 닭이 알을 쑥쑥 뽑아주면 보이지 않는 주인은 웃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겠지요 초침은 순간을 가르키지만 누군가가 달과 해를 도는 공전의 길을 만들었고 구심력으로 길들여왔던 걸까요 자전을, 그를 벗어나는 멍청해져 버린 어느 날 미끄러져 빠져도 셈이 없는 넓은 바다에 내 던져졌을 때 생겼어요 새벽 덜 깬 눈이나 밤..

시 글 202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