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2

느티나무 교실

알림 선생님이 저 새는 무슨 새에요 묻습니다 으응 두루미 아니에요 학생이 답합니다 그래요 두루미 성내천 물이 발목을 잡고 긴 고개입에 물고기를 던져주어 사는 두루미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 선생님은 사랑 마크가 뚫린 플라스틱 책받침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모과나무껍질에 책받침을 대어 주고 뭐 같아요라고 묻는다 얼룩송아지 같아요 기린 같아요 그럼은요 얼룩송아지 기린 좋아요 질경이는 질경이 밤송이는 밤송이 끝에 찔리는 가시가 달린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라는 두 글자가 추가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로 명명되었다 어둠을 들이쉬기 시작할 때 숲은 손전등을 켠다 나방들 숲 사이에서 별이 되고 달이 되고 반딧불이가 되고 알림 선생님은 알림 선생님이 되고 생각 선생님은 꿈 선생님이 된 밤 사이 우주가 떠다닌 푸른 숲꿈이..

시 글 2023.07.06

박쥐

매달려 본 적 있으신가요 무언가에 무게를 자유롭게 날개로만 부채질하는 구름이나 가능할까 달을 떨어지는 끝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새가 있다 중력을 인정한 유일한 호롱불 신념 그가 말합니다 땅바닥에 다리를 매달고, 사는 두 발 짐승 중력을 헤집고 못 빠져 나와 피곤해 진 허리 목이 긴 기린도 물마실 때 주둥이를 중력 쪽에 둔다지요 수양 버드나무 가지 들이킨 내장 거꾸로 매달린 무게에서, 가볍게 해탈 하늘하늘 바람 날개로 와 그네 태워주고 중력은 상하를 바꾸면 평편한 저울 바늘이 될까 무거운 언어를 결에 실어 가벼히 날리는 내리 뻗은 줄가지들 평생 매달려 자유를 얻는 새, 박쥐 중력을 거스른 바람처럼 날리는 치마처럼 오늘을 비행한다

시 글 202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