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7

채우거나 메꾸거나

그만큼 한 줄기의 물 폭포의 이음이라도 되는 듯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나무의 뿌리 사이 돌멩이 비켜선 사이를 지나고 풀뿌리에 머금을 한 방울 물 땅 속 습기를 뽑아내 가지에 모으고 줄기로 모아 수도관 같은 약수로 내리는 땅 속 물줄기를 헤아려 본다 나무의자를 찾은 목 축이러 나온 모기 대 여섯 마리가 덤벼든다 날렵하게 두 마리를 잡아 내었더니 방금 약수 떠낸 빈자리를 메우듯 두 마리 어디서 왔는지 도로 대 여섯 마리로 불어났다 누구에게나 공간이란 생명의 영역인가 보다 이놈들은 빨간 자기 뱃속까지 채우러 온 녀석들이다 물은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 채우는 걸 보면 입으로 내놓는 트림과 항문을 뚫고 나온 방귀는 우주를 채우는 방식이 다르다 약수터에도 빈 곳이 있어 까치 까마귀 알아차리고 울음 토해 숲 빈 곳을 ..

살며 생각하며 2023.06.18

*모슬포에 있었다

떠났다는 말이란 뭘 말하는 건지 사실을 모르겠어 언제나 너는 떠나 있었다 가끔 만나 가평을 말할 때 빼놓고는 개구리 땅 속과 물방울 구름 속 같은 악수하는 순간 사라지고 나면 서로 잊고 사는 시간이 더 컸는데 우리는 친구였어 개망초 피고 백일홍 피고 살구나무 꽃피면 같이 피리를 불었지 네가 시험에 붙었을 때 너는 네가 붙었고 나는 내가 붙었고 같은 대문 열고 다녔던 직장 네 길 내 길 멀리 떨어진 달 같았어 휘파람 불면 떠오르는 달 말이야 네 내는 만나질 못하고 만나자 만나자고만 배부르게 불러댔지 왜 존경한다는 아버지는 어디다 두고 다녔던 거냐 네 딸이 오래 살다 가야 효부가 되는 거 잊었던 게냐 안방 떠나 문간 방 더 작은 방으로 옮겼다며 거리란 참 우스운 것이어서 내 달과 네 달이 떨어진 거리와 네와..

시 글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