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7

늑대의 노래

https://youtu.be/MJ4ijcV--ZI 소리를 찾아낸 하늘을 보았네 어디서 불러왔는지 보이지 않는 소리를 끌고 온 득음 뚫린 구멍 종이를 통과하던 태초의 바람소리 비밀을 아는 듯 메아리 하울링을 들은 듯 동물의 음성을 회복한 듯 목구멍 어디쯤에 떨켜를 시켜 색은 소리에 한을 입혔나 조선의 태음을 실은 랩이 건들건들할 때 너는 지구를 들썩 이더구나 찰랑거리는 파도를 끌어낸 어깨춤사위에 걸린 흥 배꼽에서 펌핑한 울대가 울먹거려 귀의 긴 나팔은 행성의 소식을 들었을까 소리의 신과 무수한 합일을 주문한 音神이 지은 음표들의 춤 스스로 재물이 되어 매어 달렸던 걸까 악기는 그렇게 울었다 슬프고 슯지 않게 흐느끼나 느끼하지 않게 넘어가는 꼬리에 흥이 달리게 나도 저런 소리 한 번 가져봤으면 하게 하늘은..

시 글 2022.12.28

*모슬포에 있었다

떠났다는 말이란 뭘 말하는 건지 사실을 모르겠어 언제나 너는 떠나 있었다 가끔 만나 가평을 말할 때 빼놓고는 개구리 땅 속과 물방울 구름 속 같은 악수하는 순간 사라지고 나면 서로 잊고 사는 시간이 더 컸는데 우리는 친구였어 개망초 피고 백일홍 피고 살구나무 꽃피면 같이 피리를 불었지 네가 시험에 붙었을 때 너는 네가 붙었고 나는 내가 붙었고 같은 대문 열고 다녔던 직장 네 길 내 길 멀리 떨어진 달 같았어 휘파람 불면 떠오르는 달 말이야 네 내는 만나질 못하고 만나자 만나자고만 배부르게 불러댔지 왜 존경한다는 아버지는 어디다 두고 다녔던 거냐 네 딸이 오래 살다 가야 효부가 되는 거 잊었던 게냐 안방 떠나 문간 방 더 작은 방으로 옮겼다며 거리란 참 우스운 것이어서 내 달과 네 달이 떨어진 거리와 네와..

시 글 2022.12.21

*또 해를 넘겼다

해마다 철이 오기 전부터 다가오기 시작하면 날은 추워오고 심란했다 김장 김치 맛은 양념 맛이라서 빈 구석 맛의 여백을 찾는 혀가 이때는 바쁘다 '어때' 라는 말은 짠지 매운지 맛이 살아있는지 감칠맛이 나는지 시원한 맛이 들어있는지 시간 지나면 좋은 맛이 될 건지를 묻는 양념같이 어려운 단어다 이보다 해석하기 어려운 시간은 없다 싱겁거나 심심하거나 그런 맛이야 그럼 신안 천일염을 조금 더 칠까 아니 백령도 특산 까나리 액젓을 살짝 넣자 갓 올라온 재료가 맛을 내는데는 양념들도 서로 부러워해 비가 찬 이랑 물에 뿌리부터 물이 밴 올 배추나 무는 무맛이었다 자연의 변덕은 본 성질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울 질 높은 재료를 챙겼다 춘천 강릉 광천 영양 해남 소래 신안 백령도... 바다와 산이 쓸려 들어갔다 머리..

시 글 2022.12.15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뛸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조선왕조 임금을 면회할 수 있을까 어제 빨랫줄에 걸어놓은 달을 걷을 수 있을까 혼이 다 빠져나간 건너는 일은 이승과 저승 같아서 삶에 약속은 없었으니 나비의 날개를 원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내가 또 내가 언어의 걸음 속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시냇물이 모양을 바꾸듯 눈이 밟은 아침 안개가 숨 쉬러 나왔네요 경계를 형성하려는지 보이려 하는지 하루를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뛰어

시 글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