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린 낯으로 떠 내려갔나 목을 내놓은 사명은 하늘에 닿아 뜻을 헤아린 해구는 방패처럼 몸을 던져 막아섰고 바람 한 결 구름 한 점 허위 됨 없이 머물러 주었다 물결 일어서서 바다를 갈랐다 떨쳐나선 백성은 칼 창에 찢겨도 나라 앞에 성이 되어 돌이 되어 함성이 되어 피로 던져 외침의 낙엽이 될지라도 옥하나 둘러싼 사각은 돌과 물과 초록을 견디었다 언제나 그러듯이 깃대를 잡으려는 빈 입은 후대에 넘어졌고 곧은 붓은 첩으로 남아 아무도 막지 못할 역사를 새겼다 충은 누구도 두려운 법 그 거침 앞에서 비켜 서려는 간신들 판옥선은 떠 구멍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