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글

초라합니까

마음의행로 2022. 1. 10. 23:11

ㅡㅡㅡ
다 살아보셨습니까
이제는
귀가 눈이 입이 코가 둔해지고
몸이 쉬이 돌아가지 않더래도
그건
그대 생각입니다
낮아지고 버리고 잊혀졌을 때
보여지게 되는 것들
봄날가
개울 속의 돌멩이 언어가 들리고
돌 밑에 사는 가재가 보이고
늑대가 보내는 울음이 돌아갈 태고를 전합니다
낙엽 썩는 냄새가 새싹 잎새로 바뀌고
새의 말을 귀 앓이에서 새겨 들려오고
풀잎이 나무가 산이 들이 바람이 빛들이
불덩어리에서 피어났다는 신화를 읽게되었나니
뿌리가 같은 것에게 존경의 손을 들어 축복의 메시지를 내립니다
둘이 아닌 하나였던 원래 우리
희말라야 정상에서 개울가 갯버들 속을 오르는 물이 하나로 연결되듯
실핏줄로 언결된 유전자들의 헤엄이
느린 꼬리로 뇌에 그림을 그릴지라도
함께 하여 주어 고맙다고,
내 말 알아듣는 나뭇잎의 흔들림, 바람이 자는 곳을 찾아냈고 10초로 들여다보는 고양이 눈에서 신뢰를 뽑아내는 할아버지
빛이 어둠에서 나와 어둠으로 들어가고
현존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맹랑함을
알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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