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창경궁에 걸친 밤

마음의행로 2019. 7. 4. 10:34

 

 

 

 

 

 

 

 

 

한 달에 두 번 정도 찾는 창경궁

연세가 많으신 동서와 그곳을 찾는다

전동차에 몸을 실었지만

마음은 늘 먼 곳에 계신듯 하시다

어느날 전화가 왔다

난 죽은 목숨일쎄

늘 혼자 계시니 불편한 몸으로

어디 다니실 수도 없고

TV만 속절없이 보고 계시는 것도 한계치

그래서 하신 말씀이셨다

젊어서 경제력도 크게 올려 놓으셔서

자식들 모두 갑부에 속하게 했지만

바쁜 세상이라

어버이 종일 모시는 재주는 없다

그래서 전동차를 사시도록 강력 추천을 해서

하루에 두 번씩 창경궁으로 가실 수 있게 되셨다

거기서 운동을 조금씩 하신단다

그래도 사람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

그래서 2 주째 되면 형님한테 들려서

하시고 싶은 이야기 실컷 하시도록

창경궁 가는 길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

다행이 창경궁 옆에 사시니 크나큰 잇점이다

요즘 수리하는 곳이 많아 여러곳을 둘러 싸아

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창경궁에 밤이 오면

옛 궁전을 떠 올리게 하는 우리 고전 음악이

우리를 압도 한다

장중하고 품격 높은 현이 떨릴 땐

나는 조선의 백성이 되고 만다

한 시간 정도 음에 취하다 보면

집으로 올 무렵 영락없는 선민의 조선인이다

개운한 머리 속에 다시 파고 드는 자동차 지하철

소음이 나를 파고들어 다시 벌레가 가득한

쓰레기 통 쾅쾅 두들겨지니 각설이 깡통처럼

소리가 씨끄럽다

그래도 창경궁의 밤은 한없이 큰

조선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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