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휘발된 나무아미타 불

마음의행로 2015. 5. 9. 13:43

우리에겐 긴 역사를 통해 내려온 불심이 조금씩은

내재 되어 있다

사찰에 가면 마음이 편하여 지고

여러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좋은 장소이다

불교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하더래도

거의 같은 마음일 것이다

힘들고 복잡한 상태로 사찰을 찾으면

누가 일러 주고 알려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이 다가오는 숙연함의 발로는

바로 긴 역사 속에서 민족에게 투영된 향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몇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불교의

교리와 진리를 해석하고 파악하며 전수하여

오는 길은 그대로이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어떤 사찰은

도시 중심에 위치하게 되기도 하고

여전히 인가와 떨어져 고요함을 그대로

간직하여 오는 산사가 있기도 하다

그 장소나 위치에 따라서 사찰의 분위기가

바뀌어지기 마련이다

시끄러움과 매연 속에서 연꽃을 피우기도 하고

고요한 산 속에서 꽃을 피워 내기도 한다

근자에 사찰을 들여다 보면 어느 사찰이나

일치하는게 있다

석가 탄신 일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밖으로 내 보이는 것 중

하나인 연등을 다는 일이다

각자의 소원을 달아 연등에 새겨 비는

그들의 진심과 정성은 불가에 닿아 뜻이 이루어

지도록 하게 하고 진한 불심을 매달 것이다

연등을 다는 방법이 바뀌어 가고 있다

전에는 끈을 길게 달아 그 끈에 줄줄이 매 달았다

가운데는 늘어져 예쁜 선을 만들어 내었다

그 여러 개의 선의 조화는 사찰의 고요함에

기쁨을 살짝 불어 넣어 따뜻함을 일으켜 주었다

사찰 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라고 해도 좋은

풍습이요 기도가 묻은 기다림이 걸려 있는 것이다

사찰의 문화는 이렇게 조그마한 것에서 부터

건축미, 불화 속에 숨은 깊은 뜻

신도들의 발걸음에 이르기까지 총화라 볼 수 있다

최근 연등을 다는 모습을 보면서 지극한 아쉬움을

보고 있다

쇠 파이프를 세우고 철사 줄을 가로 세로로 매고

그 박스 같은 사각형 안에 등을 줄을 세워 달고 있다

사찰과 그 문화를 보러 왔다가 군대가 열병을 짓는

모습에 실망에 빠져 든다

숙연함은 날아가 버리고 기쁨은 철사 줄에 목을

매고 있는 중이다

아! 그 옛날의 고느적하고 숙연하고 마음의 짐을

벗어내 주던 떼 묻지 않은 사찰은 가고 없고

경제 논리에 빼앗겨 버린 뒤죽박이 된 메마른

마당에 서니 설땅을 잃어 버린 내 모습이 황량

하기만 하다

자본주의가 여기에도 싹을 틔우고 옛 영화를 급히

불러 신 물결로 돌리기에 바빠 보인다

너무 어색한 사찰과 자본주의의 만남이

사찰에서 탄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또 역사를 하는데 유행하는 문명이랄까

큰 불상을 세우는 일이다

옛 석수들은 불심으로 불을 미리 만나고

느끼고 보고 돌을 쪼아내어 불상을 만들었다

그래 감동이 지금까지 전하여 내려 오게 한다

인내는 기본이요 나무아미타 불을 만드는데

드는 정성 불이 갖는 중생을

제도하는 자태를 그려 내는 눈 손 마음 기도들이

모두 합해져 탄생하는 불을 우러러 보게 한다

그 기품 인자 자비 부동의 자세 꿰뚫어 보는

눈 인생 만사를 품어 줄 넉넉함 저절로 그 앞에

머리 숙인 불자들

목 자르고 몸 자르고 팔 다리 잘라 따로 따로

제작하여 붙여 놓은 요즘의 대형 불상 앞에 서면

경외함도 엄숙함도 넉넉함도 휘발되어 버리고

조각가의 상혼이 드러나 뒤편에 있는 전기 칼과

쇠톱 전기 다듬이 질이 반질거리는 몸통에 남아

자본의 기름진 윤기가 흘러

옹달샘에서 계속 나오는 물과 달리 생수병에 든

한 목음의 물로 갈증을 해결하려는 깊은 성찰없이

이루어진 역사가 그 옛날의 불심 가득한

나무마미타 불과 비교해 처량함 마져 들게 한다

불가여 너무 빠르게 세속과 결탁하지 말라

왜 이리 빠르게 가고 싶은가???

불심 얕은 시내는 곧 마르나니

느리더라도 그 느린 길을 찾으시라

감응이 오지 않는 너의 상은 허수아비를 보는

참새들의 생각 같아 보임이여

너의 진리의 옷을 다시 입어야 하고 길고도 먼 길을

다시 걸으며 수행의 내음으로 중생 앞에

다시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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